목련이 필 떄마다



정말 몰랐습니다

지난밤 문틈을 비집는 바람결에
이불깃이 입술을 끌었고
오늘 아침 내 무딘 손길은
아무 생각 없이 겨울을 찍어 발랐습니다
하늘색도 아직은 물먹은 솜빛이고
먼 산맥도 선이 두터웠습니다

햇살이 기우뚱해진 한나절 넘어서야
길 건너 담 낮은 집 아이가 던지는
종이비행기에 눈길 따라 가다가
그만 하얗게 터진 당신, 보고 말았습니다

잎도 없는 가지에 송이송이 피어오른
눈물 같은 봄의 시위
언제나 문득 다가서는 환영처럼
준비 없는 마음 또 허둥댑니다

아직 언 땅에 진 빚이 그대로이고
깊숙이 눌러 앉은 생각들 고개를 들지 않는데
올해도 당신은
몰래 하얀 속살 먼저 보이셨으니


| 우리동네 봄은
| 진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