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바람이 기댄 낮은 산으로 긴 겨울 이야기 속에 잠들었던 꿈이 파랗게 망울지어 오른다 하늘도 한아름 옅은 향을 뿌리고
봄이 깨어 일어난 자리마다 연분홍 가슴들이 물기를 머금고 터진 볼을 비비며 몰래 비밀스런 눈짓을 감춘다 풀잎이 눕는다
산은 온통 사랑의 마찰음으로 부드럽게 무너져 내리고 무성한 햇살이 이슬 머금은 허리를 감싸 안는다 들이 가는 숨을 몰아쉰다
돌아서면 우수수 꽃잎 질까 비단 하늘에 슬픈 물들이지 않을까 통탕거리는 가슴을 안고 서서 두 눈만 감는데 눈시울이 뜨겁게 화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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