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갇혀 있어 더욱 아름다운 것이 있다 새벽 안개가 입술을 밀어 감미로운 햇살을 빚어내면 굳게 잠긴 동백꽃잎 붉게 터지고
짠 내로 나이테를 입힌 닻줄이 녹슨 철선을 꽉 묶어 두고 있어도 바람은 금방 포구 밖으로 밀어내고 만다
밤마다 하늘에 올라 뭍으로 날아간 꿈이 아침이면 언제나 키 큰 소나무 밑에 서 있지만 먼 수평선을 돌아오는 눈동자엔 더욱 싱싱한 애착이 있다
뱃고동 소리나 오후의 확성기 소리 주막집 찌그러진 문 닫는 소리까지 단정한 포구의 골목을 채우는 아름다운 연주
오늘도 푸른 바다에 묶인 외로운 섬이 가진 끝없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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