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 자고 이렇게
대명포구에 눈 내린다 집 나간 바람 술 취해 돌아오듯 비틀거리며 흩어진다 건너 편 희미한 섬들을 지우겠다는 것인지 포구에 나부끼는 상심을 지우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하얀 눈발만 펑펑 쏟아져 내린다 썰물이 밀려나간 갯벌 위엔 시커멓게 드러난 상처들을 치유하려는 듯 괭이 갈매기 우르르 내려앉아 부리를 쳐 박고 저 마다 끼륵끼륵 힘을 다해 보지만 쏟아지는 눈송이에 무거운 날개만 털뿐 차도가 없다 이미 숨을 놓아버린 목선의 낡은 닻이나 떠나간 기억을 걷어올리듯 여기저 기 묻혀있는 어망들 찢어지고 부서진 물통에 손수레에도 지난날의 소란스런 정적 만이 눈이 되어 내린다 바다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는 사람이나 사 랑을 떠나보낸 듯 눈시울이 붉은 사람 삶의 채찍에 등이라도 패인 듯 어깨가 꾸부 정한 사람들 모두 아물지 않은 상처 하나씩을 갯벌에 던져두고 서있는데 저렇듯 흰 눈발 펑펑 쏟아져도 지워지지도 않고 덮여지지도 않는 물 마저 들어오지 않는 대명포구에 끝없이 하늘만 아물아물 무너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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