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옷을 벗는 것이다
푸르고 단정하던 껍데기를
벗어 던지는 것이다

여름 날
숨막히게 내리 쪼이던
햇살 앞에서도 당당했고

온 몸에 퍼부어 대던
굵은 물줄기에도
한 점 흐트러짐 없던 푸르름

바위틈에 바람이 일고
흰 눈발 펄펄 하늘로 가는 날에도
담담하게 서있으려니 했는데

훌훌 옷을 벗는 것이다 저렇게
벗어 던지면 더 아름다운 것을
기어이 보여주는 것이다




| 어쩌 자고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