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고 싶은 것

 

나는 바람이고 싶습니다

이른 새벽 먼동이 트는 소리에
살며시 당신의 아침 창을 여는
맑은 바람이고 싶습니다
감잎에 반짝이는 명주 빛 햇살을 따라 들어와
당신의 키 낮은 화장대에 앉아
고운 눈썹을 그리는 예쁜 바람이고 싶습니다.
즐거운 외출 길에 함께 나와
당신의 허리를 머리칼을 스커트 자락을 살짝 건드려보는
짓궂은 바람이고도 싶습니다
그러다가 당신이 짜증이라도 부리면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슬픈 바람이고 싶습니다
커피 향이 짙은 창가
당신이 잠시 혼자 있는 틈에
하늘로 가 있는 당신의 눈길에 아스라이 파묻히는
그리운 바람이고 싶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땅거미가 밀려오고
정거장의 불빛이 조금씩 주홍색으로 물 드는 저녁
당신의 식탁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참 맛갈스런 바람이고 싶습니다
단정한 어둠이 눈부신 밤
당신의 부드러운 살결 위에 남아
하루종일 당신의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나서
당신의 그 봉긋한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꿈결 같은 바람이고 싶습니다

언제나 당신 안에서만 부는




| 어느 봄날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