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줍다

 

채 발목도 못 담글 햇살이
조금씩 방바닥을 밀고 들어오자
와락 달려 붙는 상념들
그리웠던 것
사랑스러웠던 것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잃어버린 시간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어도 될 미움들
외할머니의 굽은 허리처럼
무거운 곡선으로
끝내 못 버린 내 성질같이
꺾어진 채
더러는 짧게 더러는 힘이 빠져
색이 바랜 모습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 새로 이름을 지은 어느 풀꽃에 대하여
| 소금밭이 있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