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빙

 

그럴 줄 알았다
사실 너는 처음부터 내려가고 싶지 않았던 게다
낯선 부족과 몸을 섞고 싶지도 않았고
드넓은 바다에 흰 피를 토해내는
처절한 싸움도 싫었던 게다
무엇보다도 너는
네 속을 다 비우고 온갖 생명들을 품어 안을
그런 너그러움이
진작부터 없었던 게다
그래
치맛자락을 꽉 잡고 멈추어선
결빙의 기쁨이 어떠하냐
쩡 쩡 하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투지의 함성으로 보아선
너의 의지가 영원할 것이로다 마는
그러나 어쩌랴
저 건너 벌판에 봄바람 들고
미루나무 그림자 줄어들면
너의 그 차디찬 저항도
함께 흘러가고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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