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빙
그럴 줄 알았다 사실 너는 처음부터 내려가고 싶지 않았던 게다 낯선 부족과 몸을 섞고 싶지도 않았고 드넓은 바다에 흰 피를 토해내는 처절한 싸움도 싫었던 게다 무엇보다도 너는 네 속을 다 비우고 온갖 생명들을 품어 안을 그런 너그러움이 진작부터 없었던 게다 그래 치맛자락을 꽉 잡고 멈추어선 결빙의 기쁨이 어떠하냐 쩡 쩡 하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투지의 함성으로 보아선 너의 의지가 영원할 것이로다 마는 그러나 어쩌랴 저 건너 벌판에 봄바람 들고 미루나무 그림자 줄어들면 너의 그 차디찬 저항도 함께 흘러가고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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