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아이들을 맡겨두고 동구 밖을 나온다 어깨 밑에 웬 한여름 시린 바람일까 무엇을 빠뜨리고 왔나 여기저기 주머니를 뒤적여 본다
지갑도 있고 손수건도 넣었다 자동차 키도 분명 걸려 있고 언제나 왼쪽 바지 주머니에 단정하게 자리잡던 묵주도 그대로다 그래도 자꾸 뒤로 고개가 돌아간다
수첩도 있고 허름한 지도책 안 주머니에 안경까지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고모가 실어준 꿀 한 병도 분명 옆자리에 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모든 게 그 자린데 차창 밖으로 밀려가는 풍경마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송아지 울음이 옷깃에 베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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