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걸 다 못하고 사는 세상
어머님 영정을 가까운 절에 모셔야지 하고 다짐을 한 것이 벌써 삼 년째다. 멀리 병상에 계시는 작은 아버님 얼굴이라도 한번 뵙고 온다는 것이 이태나 지났고 요 양원에 숨어사는 친구에게 안부 전화라도 해 본다 하고서는 해를 넘긴지 오래이 며 자리를 옮긴 선배님을 찾아뵙는다는 것이 벌써 여러 달이다. 해 묵은 서랍 뒤 집어 일 없이 잡고 있던 일들 놓아주겠다는 것이 언제이며 임자 못 만나 창가에서 시들어 가는 춘란에 물 한바가지 부어준다던 것이 또 몇 번인가, 오뉴월 잡초처럼 그저 마음만 무성한 것을
우연히 지은 죄들 하찮은 게으름에 용서받을 때를 놓쳐 족쇄가 된 어설픈 삶 사는 것이 무엇인지 왜 바쁜지 무엇 때문에 못하고 사는 게 이리도 많은지 조차 바빠서 한번 따져보지 못하고 사는 세상 별걸 다 못하고 사는 세상에 이것저것 다하고 사는 사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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