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 가 볼일

 

혹시
아직도 만나지 못한 사람 있다면
지금 북한강에 가 볼일이다
혼자이어도 좋겠지만
꼭 가을은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왜냐하면 해 기운 강물 위에 바람이 허물을 벗어도
기적에 상심한지 오랜 경원선 열차가 지나가도
가을은 전혀 내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빛 바랜 잔디나 그 위에 숨을 얹은 나뭇잎들
그리고 먼 산만 바라보는 갈대조차도
가을과는 안면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남남인 풍경과 남남인 사람들
그러면 거기 또 한사람 쓸쓸히
찻잔에 남빛을 타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도 가을만 데리고 왔을 터이니
덥석 가슴을 끌어안은들
부끄러울 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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