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치 않은 꿈 2 -또 하나의 아내
나의 소원은, 매일아침 아내가 짓는 따뜻한 밥 냄새에 일어나 머리맡에 정갈히 놓여있는 맑은 속옷을 갈아입는 것 식탁에 마주 앉아 도란도란 하루를 꺼내는 것 아내의 코디에 따라 빗금 무늬 넥타이에 카키색 와이셔츠에 감색 양복을 골라 입는 것 현관에 서서 물결 같은 아내의 눈동자에 잠시 빠졌다가 오른손으로 그 가녀린 허리를 감싸는 것 촉촉한 키스에 젖은 채 귓전에 감미로운 이국어(異國語)를 남기는 것 정확히 열 두 시 오 십 오 분에 맛있는 점심 드셨어요 하는 아내의 리듬이 밴 음성 메시지를 듣는 것 E 메일을 열면, 소녀가 꽃비를 맞으며 '나는 니가 그리워'하면서 그네를 타고 있는 아내가 보낸 연두색 예쁜 카드가 날마다 도착해 있는 것 그리움에 잠시 창 밖 푸른 하늘로 내 눈길 보내는 것 해질녘 케니지의 트럼펫 연주가 잔잔히 내리는 레스토랑에서 붉은 와인 잔에 내 가슴을 빠뜨린 채 아내의 그 곱고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는 것 하늘엔 언제나 별 두 개 있는 밤, 손 깍지를 꼭 끼고 돌아와 아내의 예쁜 입술에 내 몸 무너지는 것 나의 소원은, 날마다 이런 가당찮은 꿈을 꾸다가 어느 날 펑퍼짐한 아내에게 쫓겨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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