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然史 박물관

 

죽어 있었다
검은 색 가장자리엔 몇 가닥
하얀 빗금을 치고
가운데엔 크고 작은 둥근 동그라미를
서로 색도를 달리하며 화려하게 배치한
그 화려한 날개를 활짝 펴
가느다란 더듬이까지
섬뜩하리 만치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폐부 깊숙이 바늘을 꽂은 채
죽어 있었다
「호랑나비, 1994년 여름, 지리산, 김채섭」
사인을 감추려는 듯
투명하게 포장된 유리상자 속에는
얼마치의 꽃향기가 들어있었고
그와 함께 날아다니고 뛰어다니던
여치, 베짱이, 장수하늘소, 풍뎅이, 무당벌레
모두 목숨을 접은 채, 각자
할말이 많은 유리상자 하나씩을 지키고 있었다
어디 하늘 냄새라도 나면 금방 뛰쳐나갈 듯
그 고통스런 시간을 긴장된 평화에 숨긴 채
모두 죽어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온통 疑問死 투성이인
自然死* 박물관에

* 自然死 는 의도적인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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