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문살이 나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 안 맞아 문풍지에 바람이 따라 들어오는 집 방안엔 오래된 옷장 하나와 낡은 책상 하나가 언제나 말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집 행길 쪽으로 난 반지창을 열면 저 멀리 말순네 집과 숙희네 집이 아득히 보이는 집 눈길로만 보낸 편지가 가득히 쌓여있는 집 드러누우면 시멘트 푸대로 바른 방바닥에 구멍이 나 마른 먼지가 풀풀 일어나는 집 천장도 없이 석가래 위에 발라둔 신문지에 빗물이 스며들어 까만 지도를 만드는 집, 날마다 미지의 신대륙을 꿈꾸는 집 찢어진 문구멍으로 저녁햇살이 기어들면 안 마당에서 "야들아 얼른 군불 때라"하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따뜻한 집 생솔과 썩은 등걸에 불을 붙여 아궁이에 밀어 넣으면 방안 여기저기서 파아란 연기가 아물아물 피어오르는 집 연기를 타고 내 꿈이 하늘로 오르는 집 누가 너네 집 어디냐고 물으면 눈은 가고 손가락은 자꾸 뒤로 숨던 집 엄마한테 이 집 헐고 반듯한 새 집 한 채 짓자고 언제나 속 모르고 조르던 집, 그 집 그리운 내 고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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