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신상리

 

오늘 상동에 눈 내리면
내 발걸음은 자꾸 뒤로 돌아갑니다
들판을 가로지르던 경인선 철로 변을
좁은 논둑 길을
한강에 인연을 대고 있던 수로 길을 따라
꾀죄죄한 새말로 신상리로 들어 갑니다
너즐브레 삶의 찌꺼기가 걸린 굴포천이나
기름때 까맣게 핀 공장 지붕도
눈이오면 얼굴이 환해집니다
모두가 하얗게 웃습니다
촘촘히 지붕을 엇댄 마을 안 길로
담근 술이 바삐 오가면 어른들은 방으로
아이들은 밖으로 눈맞이를 갑니다
여름이면 으레 바다가 들어오던 넓은 논바닥에
오늘처럼 눈이 가득하면 마을버스 아저씨도 시간을 놓칩니다
그 때 명근네 큰 강아지
깡충깡충 신이 나던 개 발자국을 따라
슬금슬금 개 발바람이 들어오고
펑펑 쏟아지는 눈발처럼 눈물 보따리를 싸던 사람들
냄새나고 찌든 골목에 살아도 인정만은
눈보다 포근하던 사람들 모두 어디로 가고
멀리 솔안말 솔숲 향기 마저 사라진 채
오늘 이름만 남은 진달래마을 라일락마을 아파트 숲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따라
자꾸자꾸 뒤로 돌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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