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 가의 가을
이별의 춤인가 재회의 사랑인가 가지에서 뛰어 내리는 이파리 땅위에서 날아오르 는 잎새들 서로 부둥켜안고 허공을 떠돈다. 머문다는 것이 무엇인가, 바람에 몸을 내준지 이미 오래인 듯 촘촘히 서서 옷을 벗은 나무들이 마른 풀잎들과 살을 비비 며 불러대는 노랫소리에 하늘도 취하는지 내려올 줄 모른다. 일렁이는 수면을 차 고 오르는 물오리 떼들도 묵을 날개를 훨훨 털고, 잎 진 아카시아 나무 위에 외로 운 집 한 채를 지키는 까치 한 쌍이나 창틀아래 구석구석 울음을 다 쏟아버린 귀 뚜라미도 그저 눈감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바람의 장단에 잎새의 춤사위에 푸르 고 푸르렀던 지난날들을 날려보내고 있다. 미쳐 떠나지 못해 마당가에 뒹굴던 낙 엽들조차 작은 아픔 하나라도 남기지 않기 위해 온 몸을 태우며 푸른 연기 사리사 리 하늘로 날려보내는데, 무엇이 그리 아쉬운지 유독 한 남자, 텅 빈 뜰에 서서 짧 은 사랑을 놓지 않으려는 듯 줄어만 드는 저녁 햇살을 붙잡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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