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산은 만삭이다 아린 겨울 다 지나가도 반짝이는 윤기가 그대로인 치마폭 아래로 숨죽인 고요가 부산하다 일주문앞 개울도 허리를 풀어 드나드는 발자국들 잦아지니 행여 순산이라도 놓칠까 법당 안 노스님의 독경소리 빨라진다 대처 낯선 바람이 들었나 요사체 고운 보살님, 황급히 저녁햇살을 주워들고 문을 닫는데 맑은 울음이다 추녀 끝 풍경이 몸을 흔들고 온 산자락이 출렁인다 붉은 이슬이 비친다산문 밖 올라오던 봄밤이 안절부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