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란 말이냐 눈 덮인 얼음판을 미끄러지며 매서운 바람을 부여잡고 하늘로 하늘로 올라왔는데 그래, 여기가 바다란 말이냐 그것도 외로운 섬 하나 흔들리는 돛배 한 척 없는 망망대해더란 말이냐 내 젖은 마음 싣고 날아갈 천황봉은 어디 있고 독경소리에 옷자락을 담글 화엄사는 또 어디 있단 말이냐 소리쳐도 메아리 없고 눈길가도 끝이 없는 이 운해 자욱한 노고단에 서서 나 어쩌란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