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심상치 않기는 하였지만
눈발이 서룸서룸 흩날리는 저녁
멀리 낮은 산들을 불러놓고
술잔을 건네는 것이
하루 밤을 붙잡으려는 듯
뜨겁게 지피는 군불이나
강가에 군데군데 세워 둔 전봇대에
희미하게 불을 밝히는 것이
설마 이 얼굴에
오십 평생 한 번도 유혹을 받아본 적이 없는
왜소한 체구의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하였는데
사름사름 얼굴이 달아오르자
엷은 치마폭을 벌리고
밤바다를 불러들이는 것이
기어이 나를 잡아먹을 생각이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