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쪽 사람들

그리움 쪽 사람들

 

 

동지섣달 캄캄한 밤이 창호지에 붙잡힌 날, 꺼이꺼이 눈이 내렸다. 옹기종기 마당가 작은 항아리들을 소복소복 덮고 나더니 밭둑과 고샅길의 경계를 허물며 펑펑 쏟아지는 눈발은 그칠 줄 모르고 기어이 건너 마을과 천방 둑과 논바닥을 하나로 만들었다. 오가는 길이 없다.

 

어찌할꼬. 연신 문살에 붙은 종지만한 민경을 호호 불며 숨어버린 길을 찾지만 무심한 하늘은 아는지 모르는지 훨훨 마음껏 춤을 추며 납작한 산골마을 지붕들의 키만 키워 주고 있었다.

 

구름 뒤에 숨은 달이 간혹 한 꺼풀씩 어둠을 치우며 세상을 눈 색으로 밝혀주기도 하지만 심술궂던 바람마저 푹푹 빠져 지나다닐 길이 없는지 잠잠하기만 하다. 오늘은 누가 올 텐데, 대낮부터 종일토록 눈을 대고 기다리던 삽작거리, 이제는 눈 속에 묻혀버리고 반가워 쫓아나갈 처마 밑 댓돌까지 눈이 쌓였다.

 

기다림의 무게를 못 이겨 우는 뒷산의 소나무 가지들 쩍쩍 꺾이는 소리, 그 소리에 놀라 울부짖는 산짐승들, 내일은 우체부도 오지 않을 터 하루 종일 무엇을 먹고 사나, 그리움 쪽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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