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의 기쁨
살해의 기쁨
목을 딴다는 것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할아버지 제삿날
기우는 햇살을 피해 도망가던
닭 한 마리를 붙잡아
퍼덕거리는 날개를 짓누르며 목을 비틀던
어머니, 응달에 얼어붙은 잔설만큼이나
우리 집 무거운 짐을 지고 사시던 어머니도
그 한 목을 따는데 몇 각을 보내셨다
잔칫날 동네 장정들이 모여
모닥불을 피워놓고 도끼를 갈던 그 논바닥
맞아도 아프지 않을 듯 피둥피둥 살찐
요오크셔 한 마리를 잡는데도
죽이려는 자와 죽지 않으려는 자 사이에 한바탕
피 튀기는 전쟁이 일어나곤 했다
하물며 이 도심에 그것도 백주 대낮에
수많은 사람들이 활보하는 거리에서
목을 댕강댕강 치다가 모자라
팔을 자르고 하체를 분질러 버리는
저 섬뜩한 만행이 기쁨처럼 저질러지다니
쇼윈도우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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