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막리에서

동막리에서

 

 

물은 나갔다

다시는 받아들이지 않을 듯

자작자작 습기를 말려 가는 갯벌위로

갈매기 몇 마리

젖은 햇살을 물고 빙빙 돌고 있다

 

덜 닫힌 횟집 문을 밀고 나오는

푸른 눈의 미스터 스미스씨

아직도 숯불 위에서 톡톡 튀는

조갯살 같이 하얀 영자씨도

무엇인가 한 가지씩 잃어버린 듯

눈빛이 섧다

 

우수수, 거칠게 부서지는 바람소리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깃발 없는 고깃배

하늘에도 하늘색이 없고

바다에도 바다색이 없는 동막리

허전하고 쓸쓸한 사연만

간판처럼 서 있는 여기, 내 왜 왔는지

 

아픈 날들만큼

모래밭에 발목을 묻고 서있던

해송은 알고 있는 듯 방금

먼 수평선에서 건져 올린 진홍색 가을을

산자락에 흩뿌리고 있다

 

 

 

* 동막리 : 강화도에 있는 해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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