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죽었다
김씨는 죽었다
한 때의 화려한 과거는
언제나 오늘의 무거운 일상이다
빨간 불이 들어 온 횡단보도를
손수레로 밀고 가는 저 어그적한 하루가
떨어질 듯 말 듯 매달린 파지와 철사 줄에
간들거리는 조바심으로 더욱 배고프다
23.5㎏ 7,500원
쪽방에 걸린 어둠을 손금만큼 밝혀 줄
현실의 가치다. 허리춤을 추스르고
양은 냄비에 라면 물을 얹으면
고층 빌딩에
비까번쩍하던 책상 위에 떵떵거리던
그 날의 호통이 일렁인다. 물이 끓는다
푸른 보리밭에 가득 밀려들어오는 바다가
구석에 웅크린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민다
그런 날이 있었지
싱싱한 두레박질로 저 바다보다 큰
고래를 건져 올릴 때가 있었지,
양철 조각을 주워 담다 찢어진 손등에
아직도 피가 난다
불을 끈다. 이제 김씨는 죽었고
그 김씨가 모르는 또 다른 김씨가
남의 잠을 청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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