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풍경
심상찮다
골목 어귀에 서성이는
쨍쨍한 햇살과 부리부리한 그림자
더 이상 숨을 곳도 없어
창문을 열어젖힌 허탈과
그 허탈을 잡아끌고서
조금도 물러설 것 같지 않은
시퍼런 이상이
빨랫줄에 걸린 치렁치렁한 고요와
잠잠한 소란사이를
숨죽이면 건너가는 저 팽팽한 긴장
툭 터지면
그냥 와르르 쏟아지고 말
오후의 운명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