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포에 살던 숙에게
매포에 살던 숙에게
내 열 다섯 가슴에도
어둠에 젖어드는 기찻길
덜컹거리는 차창으로 밀려드는
황량한 바람은 슬펐다
공책을 찢어 눌러쓴 쪽지
봉화군 봉화면 도촌리 463번지
이름 석자를 적어 허공으로 날린 그 날
니가 내게로 왔다
슬프거나 외롭거나 하는 따위의
사치스런 말은 알지도 못해 보이는
젖은 수국마냥 단정하기만 하던
단발머리 소녀, 어머니가 싫어하던
기차는 날마다 그 길을 오갔지만
물 속으로 잠긴 도담 삼봉처럼
잊혀져버린 이름
오늘 저 희미한 온달산성의 물안개
바람처럼 춤추는 날
그대 혹시 평강공주 아니었는지
1970년 매포에 살던 숙에게 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