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의 가을

수종사의 가을

 

 

저녁 해를 어깨에 지고

수종사에 올랐다

 

여름 내 일주문 옆에서

말참견이나 하던 작설나무

아직도 낯선 발걸음에

귀를 쫑긋 세운다

 

서둘러 돌계단을 오르는데

대웅전 추녀 아래 세상이 노랗다

털어도 털어도 끝이 없는

오백년 세월보다 더 노란 은행잎들

쪽빛 하늘을 다 덮었다

 

풍경소리 바람소리

절 마당의 여인네 웃음소리도 노랗고

저 멀리 두 물머리의 몸 섞는 소리까지

온통 노랗기만 한데

 

짝을 놓친 까마귀 한 마리만

물이 들지 못한 채

해우소 머리 위를 빙빙 돌고 있다

 

 

 




| 매포에 살던 숙에게
| 겨울 가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