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옷장
아내의 옷장
현관문 닫는 소리에 일어나 문 열린 아내의 옷장을 보았다. 낮 익은 바지 한 장과 티셔츠 두 장, 낡은 재킷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드나들기 좋도록 헐렁한 행거에 걸린 여유가 자랑처럼 쓸쓸했다. 젊은 날 아내의 희디 흰 가슴에 어울리던 연두색 브라우스와 짧은 치마 한 장도 아직 그대로 있었고, 언제 샀는지 가물가물한 해묵은 정장 한 벌, 지난봄에 버린다고 하던 체크무늬 반코트도 아직 도도하게 구석 한 편에 버티고 있었다. 질긴 인연처럼 사랑하나로 컴컴한 옷장을 지키고 있는 저 옷가지들, 아이들 졸업사진 속의 외투처럼 튼튼하게 막아선 탓일까, 세월이 자주 드나들지 못한 아내의 옷장은 나이를 먹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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