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사 가는 길
초록의 심술인가
두륜산은 좀체 옷을 벗지 않았다
쪽 빛 하늘에 구름을 깁고 있던 바람도
숨이 차는지 물러나고
굵은 허리가 무거워 보이는
고목도 아직은 무성한 잎을 단 채
청청한 목소리로 서 있었다
때늦어 놓쳤던
그해 단풍이 못내 아쉬워
서둘러 대흥사 숲길로 들었다가
허전한 심정으로 또 한번 돌아서는데
차창에 저녁햇살 곱더니
그이 얼굴에 온통 단풍이 들었다
그해 못 본 그 단풍이
가슴까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