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개지切開地

절개지切開地

 

 

허리가 아프다

며칠 전부터 발끝이 저려오더니만

오늘은 기어코 쇠말뚝을 박는다

허연 속살이 드러나고 핏물이 솟는다

 

온 몸이 아프다

뒤틀리는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포크레인 한 대 삽을 들어

어깻죽지를 있는 힘껏 내리 친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하여

이리도 안달인가

푸른 살을 도려내고 붉은 허리를 잘라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이제, 내 천년 맑은 숨을 거두어

새로 내는 길로, 그네들

쏜살같이 달리기야 하겠다마는

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세상의 끝도 다가오고 있음을

하늘만 아는지 부슬부슬 비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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