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월리의 겨울

여월리의 겨울

 

 

얕은 산자락에

마을 하나 묻혀간다

황량한 들판을 혼자 남겨놓고

나 몰라라 떠났던 바람

흐린 눈발을 부여안고 술 취한 듯

다시 돌아왔다

 

솟구치다 뛰어 내리고

떨어지다 다시 날아오르는

무모한 저항의 설편雪片

더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끝간 도로에 어깨를 바짝 붙인 채

누워있는 싸늘한 논바닥

결사반대 현수막을 목에 두르고

크낙한 슬픔으로 밤을 지키는 소나무

모두다 이별을 예감하듯

가물가물 눈을 감는다

 

이제는 다시 못 볼 사연을 묻듯

겨울도 포기한 춘삼월 밤에

흑백사진을 찍듯 여월리에

눈이 내린다, 눈이 멀도록

펑펑 쏟아져 내린다

 




| 절개지切開地
| 율포 바닷가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