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포 바닷가에 서서

율포 바닷가에 서서

 

 

무슨 사연일까

저 건너편 옥섬과 나와의 인연이란

아무래도 남남 같지는 않은 듯하다

 

천리 길을 달려오느라

피곤하지는 않은지

겹겹으로 껴입은 무망한 꿈은

왜 아직 버리지 않고 있는지

치맛자락처럼

질질 끌리는 삶의 곁가지들은 어찌

아니 뿌리치는지

정인지 나무람인지 모를 희미한 연기가

섬 마을에 피어오른다

 

어스름을 타고 걸어 나온 달빛이

손목을 잡고 바다로 들어서는데

이 또한 낯설지 않음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나의 과거가

저 섬에 있은 듯한데

 

당당하게 물어 보지 못하고

그저 지워진 기억에 안심하듯

찻잎향이 가득한 하늘을 쳐다보며

딴전만 피우다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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