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전황

청량산 전황戰況

 

 

폭염이 퍼붓고 있는 청량산은

계곡도 바특하게 졸아들고

가파른 숲속엔 청록이 불타고 있다

 

한발 한발 품안을 숨어들 때마다

바람소리는 멎고

소란한 정적이 정오를 감추고 있다

 

잔가지를 끌어안고 하늘로 올라가는

칡덩굴을 따라

가득하던 욕심이 장렬히 산화하고

비좁은 산모퉁이 맨살 바닥엔

유탄처럼 땀방울이 뒹군다

 

마주선 봉우리

켜켜이 늘어선 바위들의 엄호 속에

전세戰勢를 가늠하는 이름 없는 풀꽃

연신 표정을 고쳐가며 전황을 살피지만

 

저 멀리 강 건너 능선을 지키는 바람

유리보전 청아한 목탁소리에도

꿈쩍 않고 늦은 여름을 푹푹 쪄내고 있다

 

 

 

 




| 율포 바닷가에 서서
| 산 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