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고구려
아, 고구려
단군의 이름으로 해가 뜨는
환인*의 아침을 따라
굽이굽이 오녀산을 오른다
수 천 년 태고의 신비를 지키듯
짙은 안개가 산성을 감싸 안고
낙낙장송 푸른 바람이 길을 막는다
엎드려 후손이 머리 조아리니
갑옷 소리 쩡쩡거리는
구백 아흔 아홉의 가파른 절벽 끝
천동문에 사다리가 내려온다
한발 한발 가쁜 숨으로 정상에 다다르니
40년 첫 도읍지, 중원을 향한
개국의 서기가 아직도 선명하다
세월에 밟힌 궁터 대왕의 옥좌에는
지금도 저 멀리 태극성으로 굽이치는 수만리 너른 들
발아래 겹겹이 엎드린 높고 낮은 뭇 메들을
우렁차게 호령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 천혜의 도읍지에
불을 밝히고 싶다
2천년 역사를 다시 쓰고 싶다
잃어버린 고구려를 다시 찾고 싶다
* 환인 : 중국 요령성 내 오녀산성이 있는 마을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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