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입술을 다오
한 때의 청춘이나
펄럭이던 이상이나 눈부신 정의는
비록 문을 닫았다마는
그래도 아직
질긴 사랑하나 남아있거늘
그렇게 남남인 듯
모르는 듯
벌거벗은 침묵만 비워낸다고
봉숭아 꽃물 같은 인연 지워지겠느냐
지난 날
내 숨을 멎게 하던
그 뜨거운 타액을
소용돌이치던 가슴을 다오
다시 한번
너의 출렁이는 자줏빛 호수에 빠져
혼절하고 싶다
치부를 가리고 있던
해묵은 어둠
태워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