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여름밤
하얗게 흐드러진 메밀밭에 가 보았는가
무연히 펼쳐진 그 막막한
외로움 앞에 당도해 보았는가
좁은 밭둑길 옆으로
차츰 숨죽이는 물소리
울음을 멈춘 풀벌레
그 적막한 두려움에 무작정 도망쳐 보았는가
그러다가 캄캄한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뭇별들에게 붙잡혀
말하지 않았어야 할 비밀을 실토해 보았는가
그리 허망한 것을 알고도
달빛 곱다고
오늘밤 또 내 속 모를 입술에 빠져
꽃잎을 적시는 그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