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감금

아름다운 감금

 

 

나는 푸른 자유입니다

마음껏 훨훨 날아 당신의

나라에 들었습니다

 

무연하게 펼쳐진 들길을 따라

당신이 심어둔 색색의 꽃빛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아무나 들을 수 없는 바람의 노래를

당신의 선율로 가득 채웠습니다

햇살고운 아침에서부터

까치놀이 지는 저녁까지

사라지지 않는 당신의 향기에 취해

언제나 꿈이었습니다

이슬보다 맑은 당신의 나라에서 말입니다

 

억센 비바람 앞에서

더욱 당당해지는 당신의 용기에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서로 하늘을 차지하려는

키 작은 나무들의 싸움이나

나리꽃 앞 벌들의 다툼도 귀히 여겨

포근한 숲을 만들어내는 당신의 지혜에

놀라움을 훔쳐보기도 하였습니다

산맥보다 튼튼한 당신의 나라에서 말입니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만 보아도

푸슬푸슬 가을비가 내려도

눈가에 물기가 배던 당신에게서

세상에 대한 여린 사랑을 보았습니다

어쩌다 신비로운 눈빛이라도 살짝 치켜들면

영락없이 심장이 멎곤 하였습니다

빨갛게 가슴을 여는 석류보다

더 뜨거운 당신의 나라에서 말입니다

 

나무들이 긴 그림자를 거두고

당신이 좋아하는 땅거미가 드는 저녁입니다

이제 당신의 나라에 문이 닫히고

나 돌아갈 수 없지만

당신의 나라에 감금된

이 빛나는 슬픔에 나는 한없이 애착합니다

나의 자유를 반납합니다

 

 

 

 




| 새해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