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는 합니다만

 

관악산에 올랐는데
늦가을비 훌쩍 훌쩍 하는 날
관악산에 올랐는데
묻은 연주암 독경소리에
떠난 줄만 알았던 상수리나무 잎사귀들
계곡에 바위틈에
부석부석 일어나 합장을 하더이다
엉겁결에 마주 두 손 모았다가 고개 들어보니
간데 없이 산 안개만 발 밑에 자욱하더이다
왠지 서운하더이다
일설에는 내년에 또 올 거라고
하기는 합디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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