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청바지



아내는 오늘도 청바지를 입는다. 환율이 무엇인지 주식이 무엇인지 도대체 오르내림엔 감각이 없는 우리 가족, 포플러 잎 넓어진 이 여름날 할아버지 생신잔치 가 는길, 아내는 또 숱한 생각으로 범벅이 된 가슴에서 그 빛 바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아침마다 나보다 먼저 일어나 방 세 칸 짜리 집을 그리며 공장에 나갈 때도 지 난달 누가 더 궁색한가 고만고만한 친구들끼리 만나던 동창회 날에도 아내는 청바지를 입었다. 아이들이 물으 면 색이 바래 더 멋있는 거라고 웃음을 삼키는 아내, 허리에 살 오르지 않아 몇 년째 입어도 꼭 맞는다고 눈가 에 주름 숨기며 내게 늘어놓는 자랑이 어설픈 아내, 숱 많지 않은 머리에 반짝이는 하얀 새치가 이쁜 아내, 오늘도 텅비어 사랑만 드나드는 옷장에서 청바지를 꺼내 입는 아내, 내 눈물 마른 가슴에 꽃을 심는 아내,


| 무대위의 연가
|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