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소나무

바위와 소나무

 

 

사랑이 멈춘 게다

아니 멈춤이 사랑이 된 게다

꼼짝 않고 있는 저 바위

그 틈에 끄떡없이 서 있는 소나무

사랑하는 게다 서로

 

동이 틀 때면

너른 가슴에 솟는 송글송글한 물방울

가지로 받아 영롱한 빛을 만들고

하루 종일 바람과 그늘로 품었다가

밤마다 하얀 사랑을 쏟아낸다

 

여명의 고요나

해질녘의 어스름조차

보지만 본 척 하지 않고

알아도 아는 체 하지 않는 것은

사랑을 모른다는 게 아니라

해체할 수 없는 외로움 때문이다

 

세월만큼이나 마주잡은

땅 속 깊이 묻힌 저 절절한 아픔

자유를 버린 만큼 사랑을 붙잡고 사는

그들을

하늘은 천년 째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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