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쥐똥나무



이른 아침
햇살보다 먼저 얼굴을 내민
장미를 만났습니다

잠깐 눈인사를 마치고 걸음을 재촉하는데
쥐똥나무 담장이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길에 누운 보도브럭도 마음이 편치 않은 듯
어젯밤 비에 고인 물을 툭툭 치고 있습니다.

겨우내 볼품없이 깡마르게 서있던 녀석들인데
초록이 칠을 하고 바람이 풀을 먹인 후론
하루가 다르게 얼굴에 살을 올리더니
기어이 장미를 유혹합니다

어제는 한 송이었는데 오늘은 두 송이
이름마저도 어울리기 힘든 사이인 것 같습니다 만
이젠 서로 사랑을 하는지
기대고 부비고 어쩔 줄을 모르는군요

지나는 이들 모두 적녹의 향기에 취한 듯
즐거운 모습인데 나만 못 마땅한 것은
아무래도 겨울의 그 앙상한 기억을 버리지 못하는
좁은 속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 정동진
| 우리동네 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