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쥐똥나무
이른 아침 햇살보다 먼저 얼굴을 내민 장미를 만났습니다
잠깐 눈인사를 마치고 걸음을 재촉하는데 쥐똥나무 담장이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길에 누운 보도브럭도 마음이 편치 않은 듯 어젯밤 비에 고인 물을 툭툭 치고 있습니다.
겨우내 볼품없이 깡마르게 서있던 녀석들인데 초록이 칠을 하고 바람이 풀을 먹인 후론 하루가 다르게 얼굴에 살을 올리더니 기어이 장미를 유혹합니다
어제는 한 송이었는데 오늘은 두 송이 이름마저도 어울리기 힘든 사이인 것 같습니다 만 이젠 서로 사랑을 하는지 기대고 부비고 어쩔 줄을 모르는군요
지나는 이들 모두 적녹의 향기에 취한 듯 즐거운 모습인데 나만 못 마땅한 것은 아무래도 겨울의 그 앙상한 기억을 버리지 못하는 좁은 속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