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속의 비밀

칸 속의 비밀

 

 

나는 살색 아침이 좋다

그러나 낮게 드리운 새벽안개에 묻은

지친 어둠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밤새 넘기던 책장들 사이에서 꿈틀대던

화려한 야망과 그리운 부귀

칸칸을 넘나들며 숨 막히게 달려들던

짤막한 입맞춤과 사라진 허전함도

나는 모른다

 

어쩌다 달빛에 들켜

칸 속에 갇혀버린 여자의 젖은 눈망울

배경으로 밀려가는 긴 드레스와

애절한 손짓도

우직한 사내의 충혈된 용기로

말풍선 보다 팽팽한 가슴에 쏟아내는

사랑이라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없는 바이다

 

밤마다 춤을 추듯

울창한 만화의 숲을 해매며

칸 속으로 꿈꾸는 나의 기승전결은

언제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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