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내역에 내리면



송내역에 내리면
지금도 갈색 바람이 분다
좁게 난 솔숲에서 이는 가느다란
휘파람 소리를 듣는다

숨을 쉴 수 없어 꿈을 꿀 수 있었던
경인선 전차의 땀내 마저도
진한 솔잎의 향기로
목이 시리다

덜컹거리고 삐그덕 거리며
주체 못할 흔들림에도
애써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솔밭에 숨어든 햇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막소주에 젖은 전라도 사투리에도
살점을 비집고 들어오는 엉덩이뼈에도
뒤통수를 치는 책가방에도
그냥 좋기만 했던 것은

송내역에 내리면
갈색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없어진 마른 솔 향이 아삭거리는
그대 입술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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