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 아름다운 곳

 

아직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그곳에 가보고 싶다
불러주는이 없어 모두
이름을 달지 못한 그 곳
내가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긴 목줄기는 산맥이라 하자
타는 눈길이 끝을 잃고 바람이듯
발끝에 미끄러지는 곳
그곳을 무덤이라 하자
넓은 들은 온통 살빛이고
하얀 매밀 꽃이 넘실대는 곳
우리, 가슴이라 하자
처음 우주에서 내려올 때
어느 하느님이 목을 축이시던 샘터
지금은 마른 우물 그곳을 고향이라 하자

유혹하듯 바람이 인다
흰 파도가 물살을 일구고
출렁이는 바다가 나를 끌어안는다
키를 넘는 수초 사이를 헤집고
나는 애무한다
뜨거운 해일이 온몸을 덮쳐온다
부푼 땅이 심하게 요동을 치고 나서야
어둠이 스러진다

차마 그곳엔 이름을 달지 못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곳
그곳에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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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