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 그리움에 지친

 

바다가 보고싶다 했다 긴 수평선은 단정히 흰 구름과 가슴을 맞대고 있을 것이라 했다 몇 마리 갈매기가 한가 로이 생업에 종사하고 날개 속엔 돛배 의 출렁임도 있을 것이라 했다 부서지는 흰 물살엔 이따금씩 유쾌한 아픔 이 묻어나고 태생이 아름다운 바다는 무척 착할 것이라 했다

지금은 녹이 쓴 협궤를 따라
달음질쳐 나간 곳에
바다는 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배가 갈라진 물길은
폐선에 끊어진 닻에 타이어에
뒤숭숭한 갯내음을 뿌린 채
잔득 웅크리고 있었다

비릿한 담배연기도
뻘에 내려앉고
지친 소주잔도 썰물에 뜬다
목숨을 다한 삶의 찌꺼기들이
메케한 포구를 메우며
바다로 가는 길을 닫고 있었다

촘촘히 박힌 침목에 생각이 비늘로 와 멈추고 별보다 더 큰 바다는 어디 있는지 찢어진 그물이 울타리를 치고 있다 소금기 배인 소매 끝 사이로 떨쳐 버릴 수 없는 빈 가슴, 그리움, 서녘하늘 붉은 해가 목 메인 듯 빗금 지 며 빠져 리기 시작하자 그제야 바다가 넘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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