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첫날

 

눈발이 스러진 땅
꽃망울에 시샘이 이른 날
중동 신도시 9-1브럭에
늦은 이사짐이 든다
꼬기 꼬기한 날들이
보따리마다 매듭으로 숨어 있고
아직도 신혼의 단꿈이 베어 있을
원앙금침 한 자락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탄다

언제나 납작 엎드려 있던
땅집 젖은 꿈이
스르르 공중에 오르는 날
신도시 맑은 바람이 목젖을 스친다

이사짐 푸는데는 이력이 난 아내
유리창에 호호 입술 대며
낯설기 위해 문지르는 기억
떨어지지 않고 자꾸 베란다에 일어선다

이제 북풍이 몰려와도 가슴이 더울
망설이지 않고 써 내려갈 우리집 주소가
저 아래 고물거리는 자존심 위에
당당히 서 있다
눈물을 쏟아도 밤이 오지 앟을
두 손을 훔쳐내도 날이 새지 않을
신도시 푸른 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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