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초상

 

공원 호숫가에 가 봅니다
얼어붙은 연못 속에서
갇혀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만납니다
모두들 즐거운 모습 그대로
하얀 이를 보이면서
꽁꽁 얼어 있습니다

뜨겁던 날의 땀방울과
노을 보다 붉게 타오르던 단풍잎
단발머리 하얀 교복보다도
산뜻하게 다가서던 가을 첫 바람도
함께 얼어 있습니다

굳이 찾아보고 싶진 않습니다만
저기 어두운 돌다리 아래쯤
힘에 겨워 눈동자 무거운 사내의 모습도
분명 같이 얼어 있을 것입니다




| 강가에 서서
| 북풍에 우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