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이 치워지고 제단의 향불도 스러지고 하얀 국화꽃 고운 소매에 눈물이 마르는 새벽 눈꺼풀이 푸석푸석한 상주의 두건이나 밤새 아둥바둥하던 화투장 덤덤한 상엿군의 손놀림에도 고인의 따뜻하던 숨결은 간 데 없고 떠나가는 관을 붙잡고 오열하는 사람들 사이로 낯선 햇살이 당당히 고개를 쳐들고 푸른 일력을 넘기며 걸어 들어오고 있다 모두들 아무 말도 못하고 여기저기 아침 안개가 방금 빈소를 다녀갔다는 소리만 두런두런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