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

 

물이 나간 갯벌에
고깃배 한 척이 누워있다
언제나 고단한 삶을 실어 나른 듯
뱃전에 널린 어구들도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다

서풍이 간간이 와서
때묻은 깃발을 어루만지고
더러 목쉰 갈매기 빙빙 돌다 가지만
숙면의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

엎드려 조개를 줍는 사람들, 멀리
방파제 곁으로 분주히 오가는 고깃배들
포구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삶의 적막들
빈배만큼이나 무겁게 내려앉고
바다는 숨이 가쁘기만 하다

스믈스믈 해가 지고
하나 둘 자리를 뜨는 그림자들 따라
무거운 하루도 모두 가고 나면
혼자 감당해야할 저 외로움
외로움 보다 더 무섭게 다가오는 삶의 채찍

오늘은 물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 북한산
| 외로움을 훔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