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

 

날 좋은날 잡아 나갔다
망설임이 어찌 없었겠나마는
화사하다 했다 유난히 희고
눈빛이 곱다 했다
사는 곳도 그만하면 괜찮고
무엇보다도
집안 든든하고 화목이 탐스럽다 했다

새 옷 꺼내 입고
머리도 좀 만지고
눈가에 주름도 살짝 털어 내며
여의도 윤중로로 나간 날
꽃 반 사람 반 만나
맞선을 보았는데

봄 밤 깊도록
꽃 멀미에 취해 쏘다니다가
돌아오는 길에 잡은 손을 당겨보니
그 많은 꽃 중에
아침에 같이 나간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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