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내 마을



우리는 미리내마을에 산다
어떤 이는 은하수타운이라고도 하지
배부르지 않은 작은 방들이 밤이면
빽빽이 달라붙어 있어 은하수타운이고
임대료를 미리 낸다고
미리내마을이라고도 하는
우리는 그런 마을에 산다

동쪽하늘에 별 하나 떨어지고
저녁 해가 거우듬할 때까지
에움길 돌고 돌아오는
가슴이 낮은 사랍들이 불을 켜는 곳
공사장 흙묻은 장화 사이로
남들이 못 가진 날개를 털고
기운 술잔에도 달 그림자를 얹는
그런 빗살무늬 일상을 가진 사람들이
계단을 만드는 마을
그 미리내마을에 우리는 산다

아버지의 거친 손바닥이
어른들은 다 그런 줄 아는
일곱살 짜리 입학식 예비소집에서
맞은편 37평 아파트와 줄 따로서는
엄마의 목젖에
설움이 은하수처럼 흘러내리는
그런 미리내마을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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